교체하면 되겠지, 가볍게 생각했다
보일러에 고장이 생겨 수리점을 찾았다
영상을 보시더니 수리를 하더라도 그리 오래지 않아 같은 문제든 다른 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교체를 권하셨다
제품이 오래되기도 했으니 깊이 고민하지 않고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뜬금없게도 근처에 물이 빠지는 "배수구"가 있는지 여쭤 보신다
몇 년 전에 법이 바뀌면서 친환경 보일러로 (= 1등급, 1종, 콘덴싱 보일러) 설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콘덴싱은 연통이 (연도, 배기구) 일반 보일러와는 다르게 상향으로 (보일러에서 위쪽 방향으로) 설치돼야 한다고 하셨다
보나마나 벽을 뚫어야 할 테니 시공비 추가, 연통도 기존 걸 못 쓸 테니 교체비 추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보일러 자체도 비용 차이가 나지만 추가로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하면 보통 큰 차이가 아니다
점검하는 주체와 그 방식과 불이익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걸 알아보는 과정은 뻘짓에 가까웠다
관련 지식과 정보를 많이 쌓긴 했지만 빠른 결론을 보고 싶다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시라
수리점 사장님 설명을 들어보니, 교체 설치를 하고 나면 업체가 하든 고객이 하든 "설치 확인서"라는 것을 도시가스공사에 제출하게 된다고 한다
이 서류에 설치 전후 사진 등을 첨부하게 되어 있기도 하고 주기적인 가스 안전 점검 방문을 받기도 하니,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가능한 환경임에도 일반 보일러를 설치했음이 발견되면 교체 명령 조치와 함께 집주인과 설치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가게를 나와서 안전 점검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 관할 "도시가스 공사"에 연락했다
대체로 수리점 사장님과 비슷한 얘기를 하시긴 했는데, 관련 법규와 점검 규정, 일반 보일러 설치 가능 조건이 있는지에 대해 더 상세한 정보를 요청하니 환경부의 대기 개선 관련 법률이 있다는 말과 함께 자세한 내용은 "가스 안전 공사"로 연락하라고 하신다
규정 등 업무 관리를 안전 공사에서 관할하고 있으니 그런다고는 하시는데, 업무를 직접 실시하는 본인들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일 텐데 넘기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바쁘신데 내가 너무 이것저것 물어보니 귀찮으셨을지도..;;;;)
아무튼 안내받은 대로 가스 안전 공사에 연락하여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분은 도시가스 공사의 담당자보다도 더 관련 내용을 모르신다
사실 그러리라 짐작은 했는데, 연락하기 전 도시가스 공사와의 차이를 알아보니 사업장, 공장과 같은 대규모 시설을 관리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뭔가 관련 내용을 알 만한 곳은 없을지 여쭸는데 잠깐 고심하시다 환경부 일이라면 지자체에서 관할할지 모르니 연락해 보라 하신다
도시가스 공사 담당자 분도 지나가듯 언급하셨던 것 같은데 당시엔 안타깝게도 흘려 들었었다
지자체의 (시청) 환경 관련 부서, 대기 오염이나 가정용 보일러 지원 업무 담당자를 찾으니 이분이 보일러 설치 관련 점검 주체가 맞았다
정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짐작하기에 설치 확인서를 도시가스 공사에 보내면 공사는 지자체와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지자체는 서류 검토 업무를, 공사는 방문 점검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배수구만 있으면 무조건 콘덴싱 보일러로 설치해야 하는가
시청 담당자께서 현재 보일러가 설치된 상태를 보시고, 규정과 사례집 등을 참고하신 결과 배수구가 근처에 있기는 하나 현재 상향 구배로 연통을 설치하기는 너무 어려운 상태이니 설치 확인서에 해당 내용을 사유로 적어 제출한다면 일반 보일러로 (2종 보일러)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주셨다
글로 적기에 많은 과정이 빠져서 간결해 보이지만, 꽤 오랜 기간 고생을 했던 터라 나름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온 것에 그동안 헛된 노력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벅찬 감정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는데, 이 내용을 보일러 업체들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무래도 업체가 짊어질 위험 부담이 꽤 크다 보니 선뜻 믿고 작업을 하기엔 불안한 것이리라
몇몇 업체는 콘덴싱 아니면 설치 못하겠다고 하고, 또 몇몇은 직접 보지도 않고 연통을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는 둥 비싼 추가 비용을 강제했다
손품을 팔아 간신히 적절한 가격에 설치해 주겠다는 업체를 찾았다
직접 보면 추가금이 붙을 수도 있다는 조건을 달긴 하셨는데, 일단 맡겨 뒀으니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오겠지..
경과 기록
설치 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까진 조용하다
하긴 뭔가 나타나기엔 너무 짧긴 하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기록해야지
* 법규 등 관련 정보 정리
- 대기관리권역법 제5장 제35, 36조
- 2020년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1종 (콘덴싱) 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 시행규칙 별표5 비고 3번에 따라 1종 보일러를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 2종 보일러를 설치하고 인증을 받을 수 있다
- 불이익
(공급자, 판매자)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조치 이행 거부한 사용자) 300만원 이하 과태료
- 콘덴싱 보일러 설치 조건 1 - 배수구가 설치 위치에서 "직선거리"로 3m 이내에 존재
-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와 달리 응축수가 발생하므로 배출해줘야 함
- 3m 초과할 경우 동파 가능성이 있어 설치 예외 조건이 되는 것이므로 근처에 배수구가 없더라도 물을 받아두거나 동파 예방 장치 설치 같은 조치를 통해 콘덴싱 설치 가능
- 배수구와의 사이에 1회 타공에도 불구하고 배수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벽, 장애물 등은 설치 예외 조건이 됨
- 우수관은 뚫어서 배수구로 사용해선 안 됨 (다른 집으로 물이 새거나 넘치는 등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
- 콘덴싱 보일러 설치 조건 2 - 연통을 상향 10도 이상으로, 그리고 그 끝이 벽, 지붕, 천장 등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도록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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